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비트코인 백서를 발표하며 "개인 간 전자 현금 시스템"이라는 대담한 비전을 제시했을 때를 떠올려 본다. 디지털 화폐 시장을 30년 가까이 지켜봐 온 나 같은 사람에게 탈중앙화된 디지털 현금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선보인 '신뢰할 필요 없는(trustless)' 불변의 장부는 진정한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늘날, 엄청난 혁신과 투기적인 열기 속에서도 근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과연 암호화폐가 달러나 유로 같은 법정화폐의 의미에서 "진정한 돈"이 될 수 있을까?

수십 년간 이 분야를 관찰해 온 나의 경험에 비춰보면, 극히 일부의 특정 디지털 자산은 궁극적으로 일부 화폐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암호화폐는 현재 형태로서는 진정한 돈으로서 보편적인 수용을 달성하기 어렵게 만드는 깊이 뿌리박힌 장벽에 직면해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확고한 교환의 매개체, 신뢰할 수 있는 가치 저장 수단, 그리고 일관된 계산 단위가 되는 길은 많은 초기 지지자들이 인정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다.

배경

우리가 "진정한 돈"이라고 말할 때, 그 의미는 무엇일까? 경제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세 가지 핵심 기능을 꼽는다. 바로 교환의 매개체, 가치 저장 수단, 그리고 계산 단위로서의 역할이다. 비트코인이 처음 등장했을 때, 그 설계는 중개자 없이 직접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첫 번째 기능, 즉 교환의 매개체에 분명히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여정은 이 세 가지 역할을 일관되게 수행하는 데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드러냈다.

우선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성과를 살펴보자.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는 존재 기간 내내 극심한 가격 변동성을 특징으로 했다. 이는 단순한 작은 변동이 아니었다. 우리는 불과 몇 주 만에 자산 가치가 50% 이상 폭락했다가 나중에 극적으로 급등하는 것을 목격해 왔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변동성이 신생 자산 클래스의 특징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재정 계획을 세우려는 개인과 기업에게는 그 유용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룻밤 사이에 가치가 반토막이 날 수 있는 자산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부의 저장고가 될 수 없으며, 장기 저축이나 은퇴 계획에도 적합하지 않다. 탈중앙화되고 공급이 제한된 설계의 본질은 일부에게 매력적일 수 있으나, 이러한 희소성 기반의 변동성에 기여하며 안정적인 금융 기반이라기보다는 투기성 자산으로 만들고 있다.

교환의 매개체로서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로 복잡하다. 자료에서 언급된 비트페이(BitPay)와 같은 서비스가 상인들이 비트코인과 다른 암호화폐를 받아들이도록 만들었지만, 일상적인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실제 거래 수는 전 세계 상거래에서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서비스를 통해 이루어지는 많은 거래는 가격 위험을 피하기 위해 상인 측에서 즉시 법정화폐로 전환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암호화폐가 지불을 촉진할 수는 있지만, 반드시 그 자체가 궁극적인 교환 매개체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님을 시사한다. 더욱이, 비트코인과 같은 오래된 작업증명(PoW) 체인에서의 거래 속도와 비용은 작고 빈번한 구매에는 엄청난 부담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의 평균 거래 수수료는 극적으로 변동했으며, 때로는 소액 결제를 경제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계산 단위로서 암호화폐는 대체로 실패했다고 본다.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은 거의 보편적으로 법정화폐로 표시된다. 물론 "X 비트코인"으로 표시된 집을 볼 수도 있지만, 그 근본적인 가치 평가는 거의 항상 법정화폐 등가물과 연동되어 있다.

이것은 중요한 차이다. 경제가 임금, 상품, 서비스를 법정화폐 기준 없이 직접 암호화폐로 가격을 매기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계산 단위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실제 사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의 내재된 변동성은 스테이블코인 개발로 직접 이어졌다. 스테이블코인은 탈중앙화 금융과 전통적인 통화 안정성 사이의 간극을 메우려는 매력적이지만 때로는 문제가 많은 시도라 할 수 있다. 테더(Tether, USDT)나 USD 코인(USD Coin, USDC)과 같은 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미국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1:1로 고정되어 안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된다.

이들은 유통되는 모든 토큰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하는 준비금(종종 현금, 현금 등가물 및 기타 자산의 혼합)을 보유함으로써 이를 달성한다.

그 매력은 명확하다. 치명적인 가격 변동 없이 블록체인의 이점(프로그래밍 가능성, 속도, 글로벌 도달 범위)을 얻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실제로 분산 금융(DeFi) 생태계 내에서 상당한 유용성을 찾아냈고, 거래, 대출, 차입을 용이하게 한다. 또한 법정화폐와 변동성이 큰 암호화폐 사이를 오가는 거래자들에게 중요한 온램프 및 오프램프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그들만의 문제점을 안고 있는데, 종종 피하고자 했던 바로 그 중앙화를 다시 도입하기도 한다. 법정화폐 담보 스테이블코인의 안정성은 전적으로 발행자가 충분하고 투명한 준비금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 직접적인 법정화폐 담보 없이 자체적으로 페그를 유지하려 했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테라USD(TerraUSD, UST)의 2022년 5월 붕괴는 이러한 위험을 극명하게 상기시켜 준다.

가치가 거의 0으로 폭락했던 디페깅 사태는 수십억 달러를 증발시켰고,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존재할 수 있는 시스템적 취약성을 부각했다. 담보 스테이블코인조차도 준비금의 품질과 투명성에 대한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는 스테이블코인을 은행 예금처럼 취급해야 할지, 아니면 머니마켓 펀드처럼 취급해야 할지에 대한 지속적인 규제 논쟁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안정적인" 디지털 자산이 진정한 돈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강력한 규제 프레임워크와 중앙 집중식 관리자에 대한 흔들림 없는 신뢰에 크게 좌우되는데, 이는 많은 암호화폐의 원래 정신과는 상반되는 지점이다.

기술적 분석

변동성과 안정성 문제를 넘어, 화폐로서의 광범위한 채택을 가로막는 실제적인 장애물로는 확장성, 거버넌스, 그리고 사용자 경험이 있다. 초기 블록체인 설계는 획기적이었지만, 종종 거래 처리량 문제에 시달렸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은 초당 제한된 수의 거래만 처리하는데, 이는 글로벌 결제 시스템에 필요한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 이더리움은 스마트 계약 기능으로 더 다재다능하지만, 수요가 많은 기간에는 혼잡과 높은 "가스 수수료"에 직면해 소액 거래를 비실용적으로 만들기도 했다.

확장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레이어-2 솔루션(예: 비트코인의 라이트닝 네트워크, 이더리움의 롤업)과 새로운 블록체인 아키텍처(예: 높은 거래 속도를 자랑하는 솔라나)와 같은 혁신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발전은 유망하지만, 보안, 탈중앙화 또는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새로운 복잡성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 사람들은 암호화 증명을 이해하거나 여러 지갑 유형을 관리하는 데 관심이 없다. 그들은 단순히 돈을 쉽게 보내고 받고 싶어 할 뿐이다.

탈중앙화 거버넌스는 핵심 원칙이지만, 동시에 어려움도 제시한다.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업그레이드하려면 다양하고 종종 익명인 이해관계자 그룹 간의 합의가 필요하며, 이는 느리고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이는 통화 정책을 조정하는 중앙은행과 정부의 민첩성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암호화폐의 사용자 경험은 개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한 장벽이다. 지갑 설정, 시드 문구 이해, 프라이빗 키 관리, 거래소 인터페이스 탐색은 비기술적인 사용자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사용자 오류, 해킹 또는 비밀번호 분실로 인한 자금 손실 위험은 전통적인 은행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끊임없는 위협이다. 사용자 경험이 신용카드나 모바일 뱅킹 앱을 사용하는 것만큼 원활하고 안전해지기 전까지는 일상적인 거래를 위한 대규모 채택은 요원하다.

한계

탈중앙화 암호화폐가 "진정한 돈"이 되는 데 있어 아마도 가장 큰 도전은 바로 그들이 우회하려 했던 기관, 즉 중앙은행으로부터 온다. 디지털 자산의 부상과 새로운 형태의 사설 화폐 가능성에 직면하여, 전 세계 많은 중앙은행들이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적극적으로 탐색하거나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제결제은행(BIS)은 90% 이상의 중앙은행이 어떤 형태로든 CBDC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지원하는 국가 법정화폐의 디지털 형태다. 암호화폐와 달리 이들은 중앙 집중식이며, 통화 당국에 의해 통제되고, 일반적으로 안정적으로 설계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미 대규모 시범 프로그램을 거친 디지털 위안화(e-CNY)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유럽중앙은행도 디지털 유로를 탐색하며 통화 주권을 보존하고 안전한 디지털 결제 옵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CBDC 개발 동기는 다양하다. 결제 효율성 향상, 금융 포용 증진, 불법 금융 퇴치, 그리고 점점 더 디지털화되는 세상에서 통화 정책 통제 유지 등이 그것이다. 성공한다면 CBDC는 주권 통화의 신뢰와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블록체인과 유사한 기술의 속도와 프로그래밍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사설 암호화폐에 대한 강력한 경쟁자가 된다. 안정적이고 국가가 보증하는 디지털 통화가 유사한 기술적 이점을 제공한다면, 개인이나 기업이 변동성이 크고 규제되지 않거나 덜 안전한 사설 암호화폐를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

CBDC의 등장은 "디지털 화폐"가 표준이 될 미래를 예고하지만, 이는 비트코인 초기 시절의 탈중앙화된 비전보다는 중앙 통제 형태일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의 이러한 전환은 "진정한 돈"의 지위, 특히 광범위한 사회적 사용을 위한 지위는 국가가 지원하는 기관의 영역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나의 견해를 강화한다.

결론

암호화폐의 통화적 미래에 대한 질문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향후 몇 년간 몇 가지 주요 발전이 나의 결론에 대한 중요한 지표 역할을 할 것이다.

첫째, 유럽연합의 암호자산 시장 규제(MiCA)의 전면 시행이다. 이 규제는 2024년 6월부터 스테이블코인에, 2024년 12월부터는 다른 암호자산에 적용될 예정이다. MiCA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게 인가를 요구하고 충분하고 유동적인 준비금을 보유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가장 포괄적인 규제 프레임워크 중 하나다. MiCA가 전면 적용된 후, EU 내에서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이 일상적인 상거래에 크게 채택되고 소비자와 기업이 이를 결제 수단으로 자신 있게 사용하며 가격을 표시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이는 진정한 돈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나의 회의론에 도전하는 것이 된다. 반대로, MiCA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의 통합으로 이어지더라도 일반 상거래에서의 광범위한 채택이 제한적이거나 다른 곳에서 새로운 규제 장벽이 나타난다면, 이는 규제된 스테이블코인조차도 진정한 돈으로서 전통적인 금융 구조에 완전히 통합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나의 견해를 강화할 것이다.

둘째, 각국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시범 운영 및 출시의 지속적인 진행과 확장, 특히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e-CNY)와 유럽중앙은행(ECB)의 디지털 유로 프로젝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인민은행의 디지털 위안화는 이미 광범위한 시험을 거쳤으며, ECB는 디지털 유로 조사를 진행 중이며 2023년 말 또는 2024년 초까지 잠재적인 입법 제안이 예상된다. 만약 e-CNY가 중국 시민들 사이에서 일상 거래에 자발적으로 널리 채택되어 알리페이(Alipay)와 위챗페이(WeChat Pay) 같은 기존 디지털 결제 수단을 크게 대체하고, 디지털 유로가 성공적으로 출시되어 유로존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채택되어 현재 결제 시스템보다 우수한 유용성을 입증한다면, 이는 "진정한 돈"의 미래가 디지털이지만 중앙 통제될 것이라는 생각을 강력히 지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CBDC 이니셔티브가 프라이버시 문제로 대중의 강한 저항에 부딪히거나, 기존 디지털 결제 옵션에 비해 인지되는 이점이 부족하여 채택률이 낮게 유지된다면, 이는 국가가 지원하는 디지털 화폐조차도 난관에 직면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잠재적으로 고도로 규제된 사설 디지털 통화가 채울 수 있는 공백을 만들어 나의 현재 결론에 도전할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흐름, 즉 사설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공공 CBDC 출시는 디지털 화폐의 실질적인 미래에 대해 많은 것을 드러내 줄 것이다.

※ 본 칼럼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모든 투자 결정은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